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데미안 -1

데미안 -1 (프롤로그)

나는 단지 내 마음 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의해 살아가려고 애썼을 뿐이다.
그런데 그것이 어찌 그다지도 어려웠을까?




내 이야기를 하려면 아주 오래 전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. 할수만 있다면 내 어린 시절은 물론 아득한 조상 때의 일까지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.

흔히 소설가라는 사람들은 소설을 쓸 때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것처럼 어떤 인간의 일생을 꿰뚫고 있는 체한다. 또 신탁이라도 받은 듯이 요점이란 요점은 조금도 묻어두는 법 없이 전부 다 내보이려 한다. 그러나 어떤 작가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. 나 역시 마찬가지다.

어느 작가에게나 자기의 작품은 중요하겠지만, 나에게 내 작품은 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.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 떄문이다. 내 작품은 작가가 머릿속으로 만들어 낸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의 단 한번 뿐인 인생을 생생하게 살아내고 있는 한 인간의 이야기이다.

오늘날 우리는 '실제로 숨을 쉬며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?" 하는 문제를 옛날에 비해 거의 생각하지 않고 있다.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기의 인생은 단 한 번뿐인 귀중한 것인데도 우리는 수많은 생명을 총탄으로 대량 학살하고 있다. 만일 우리가 단 한 번만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, 혹은 우리 모두를 한 발의 총탄으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 버릴 수 있다면, 소설을 쓰는 것도 더 이상 의미없는 일이 될 것이다.